오늘은 앙코르 유적을 보는 두 번째 날이다. 오전에는 따프롬과 반띠아이 쓰레이 등을 보고 오후에는 앙코르와트에 갈 예정이다. 따프롬은 툼레이더의 배경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유적을 집어 삼킬 듯이 자라고 있는 어마어마한 나무들로 유명하다.
앙코르 유적들이 발견될 당시에는 다른 사원들도 모두 따프롬과 같이 나무들이 유적을 뒤덮고 있었는데 복원을 위해 나무들을 제거한 것이라고 한다. 따프롬의 경우 관광객이 좋아하기도 하고 나무를 제거할 경우 유적이 무너져버릴 정도여서 손을 못 대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면 점점 더 자라서 유적을 훼손하게 되기 때문에 성장 억제제를 놓아 주고 있다고 한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유적 중에서 단일 사원 규모로는 가장 큰 사원이고 다른 사원과 달리 입구가 서 쪽으로 나있어서 학자들은 이 사원이 사후세계와 관련된 무덤일 것이라고 한단다. 이건 앙코르와트에 다녀오고 나서 책을 읽으면서 안 사실인데 앙코르와트의 한 변의 길이라든지 창문의 개수 탑의 개수와 위치 그리고 높이들 그런 것들을 고대 캄보디아 왕국에서 사용하던 길이 단위로 환산하면 의미있는 숫자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불교나 힌두교에서 의미있는 숫자인 108이나 뭐 그런 숫자들.
그런데 이런 설명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고학자와 문학 평론가, 정치가의 공통점은 "아전인수적인 해석"이 아닌가 싶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반띠아이 쓰레이는 앙코르톰이나 앙코르와트가 모여있는 유적군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차로 20분 정도 가야 볼 수 있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부조가 특출나게 화려하고 정교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 관광객들이 좋아한다고 하네. 앙코르 유적들 중에서는 앙코르와트, 앙코르톰과 더불어 3대 사원에 드는 사원이 바로 반띠아이 쓰레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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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는 이끼가 잔뜩 껴있고 거대한 나무와 나무뿌리가 둘러싸고 있어 약간 음침한 기분이 든다. 반지의 제왕에서 두 호빗들(한 명은 메리던가?)을 데리고 사우론을 공격하러 왔던 나무 요정(?)들이 사는 그런 숲속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에버랜드 같은 곳에 만들어 놓은 마귀의 집이나 영화의 세트장 같지만 이것들이 모두 천년 전에 만들어졌고 천년의 세월을 견디며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생각하니 경이로운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사진은 나무뿌리가 회랑의 일부를 집어삼켜버리자 그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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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반띠아이 쓰레이. 사원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다. 뭐랄까 그 화려한 멋이 여성스럽다고 해야할까. 비슷비슷한 사원들에 다소 지루해질 때 쯤에 그간 보아온 사원과 다른 멋을 가진 사원을 보니 신선했다. 그래도 이 쯤 되면 내성이 생겨 왠만한 것에는 놀라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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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로 통하는 나가 난간을 따라 사원 안으로 들어섰다. 회랑에 닿기도 전에 잘록한 허리의 아름다운 압사라가 우리를 맞았다. 그 당시에도 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가슴이 미녀상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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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를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좋다는 사이트에서 한방 찍었다. 날씨가 좋고 우기가 지나 해자에 물이 고이면 앙코르와트가 해자에 비쳐 장관이라고 한다. 근데 우리 때는 우기가 막 시작된 때라 물도 없고 날씨도 흐렸다. 게다가 보수공사한다고 파란 천을 덮어놓아서 영 분위기가 안산다. 떡볶이집도 아니고 이게 뭐니 이게.
여기는 일출을 보기에도 명소라고 한다. 앞에 말했듯이 앙코르와트는 서쪽으로 문이 나있어 입구쪽에서 바라보면 일출을 배경으로 앙코르와트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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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랑 서쪽 회랑의 왼쪽벽. 앙코르와트의 제 1회랑에는 동서남북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은 부조가 있는데 그 스토리가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며 진행된다. 사실 진행된다기 보다 순서가 그렇다. 그런데 사람들한테 유명한 부조는 우유바다젓기와 라마야나 신화 등 부조의 초반이기 때문에 스토리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서쪽 회랑의 왼쪽 벽에는 관광객이 별로 없다. 대신 우측에는 사람들 바글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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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압사라 부조가 있는데 하도 만지는 바람에 손때와 기름이 묻어 저렇게 됐다. 앙코르의 부조 등을 기념품으로 만드는 Artisan D'Ankor 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서 재현한 부조는 조각을 마치고 손으로 문질러 저렇게 손때를 일부러 묻히기도 한다. 그러면 튀어나온 부분이 더욱 부각되어 눈에 잘 들어온다. 색이 있는 경우에는 색도 더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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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전쟁 장면인 것 같은데 어떤 전쟁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아마도 라마야나에 나오는 형제들끼리의 전쟁인 것 같은데 신화 내용은 사촌지간인지 어떤지 하여간 친족인데 패가 갈려서 전쟁을 하다 결국 선한 편이 이긴다는 내용. 아~ 정말 기억 안난다. 여행기를 일찍 써놨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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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유바다 젓기의 장면이다. 밑에는 거북이로 환생한 비슈누신이 만다라산을 받치고 있고 양쪽에서 신과 악신들이 바수키 몸통을 잡고 힘을 합쳐 우유바다를 젓고 있는 장면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참 상상력이 좋다. 게다가 이걸 믿게 만드는 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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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의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이것은 앙코르와트의 다섯개 봉우리 중의 하나. 가운데의 봉우리는 비슈누신을 상징하고 다른 두 봉우리는 시바신과 누구더라 하나 더 있고 또다른 두 봉우리는 그들의 부인들이란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비슈누신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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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앉아 구경도 하고 쉬고 있는 배낭여행객. 서양 여행객 중에는 이들처럼 정해진 기일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배낭여행객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배낭여행도 짜여진 스케줄대로. 호텔도 다 정해놓고 다니는데. 그도 여의치 않아 패키지로 다니는데. 사실 나도 할 수 있었는데 그 때는 왜 못 그랬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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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를 오르는 계단은 무지 가파르다.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 계단이 가파르고 좁아서 뚜벅뚜벅 오르고 내리는 것은 덜덜덜이다. 네 발로 다니거나 설치된 난간을 잡고 다니거나. 신에게 다다르는 것이 그렇게 쉬울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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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려고 줄서있는 관광객들. 바로 앞에 흐리게 보이는 친구가 나한테 말을 걸어서 잠깐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나한테 처음 한 질문은 여기가 어디냐고. -_-;;; 후덜덜. 여기가 앙코르톰이냐고 한다. 그래서 아니라고 앙코르와트라고 하니 그럼 앙코르톰은 어딨냐고 묻길래 그 친구가 마침 들고있는 책에서 지도를 찾아 찝어 주었다. 앙코르톰이 뭔지 앙코르와트가 뭔지 자기가 지금 올라온 사원이 무슨 사원인지도 모르고 올라오다니!
앙코르에 가겠다고 했을 때 공부해서 가야겠다고 엄청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어쩌면 이 친구처럼 여행하는 게 더 재밌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르는 길은 물어보면서. 궁금한 것들도 물어보면서. 그 때 그 때 발길 닿는 곳에서 필요하면 그 때 그 때 책 찾아보면서. 그렇게 다니는 것.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것을 짜놓고 공부도 싹 마쳐놓고 간다면 출발비디오여행에서 본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꼴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본 내용들을 '아 진짜 그렇구나' 하면서 다니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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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는 뚝뚝을 타고 올드마켓에 나와서 했다. 어머니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호텔에서 쉬고 아버지랑 동생이랑 셋이서 나왔다. 올드마켓 부근은 베트남처럼 활기가 넘쳤다. 관광객들로 넘실거리고 집집마다 불도 밝고. 레스토랑과 펍들이 성황이었다. 그리고 이곳의 주인은 마치 서양인들같았다. 서양인들이 가장 많았고 레스토랑이며 펍이며 모두 서양인들 취향에 맞게 되어있었으니 말이다.
툼레이더에 나왔던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레드피아노가 보였다. 밖에서 보기에 괜찮아 보였지만 이름값에 비해 별로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 그 건너편의 뭐더라. 무슨 드래곤이라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각자 취향에 맞게 아버지는 샌드위치 동생은 피자 나는 캄보디아식 카레격인 아목을 시켜먹었다. 사실 아목에도 독특한 향이 있어 그다지 맛있어 죽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먹어보냐는 생각에 난 왠만하면 현지 음식을 시켜먹었다.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인터내셔널한 식단과 앙코르 비어와 함께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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