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앙코르 유적에 가는 날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특히 앙코르 유적은 건축물과 부조 하나하나에 사연과 전설과 뒷이야기, 숨겨진 의미, 학자들 마다 엇갈리는 추측 등등이 워낙 많아 공부를 해본다고 했지만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그래서 제대로 구경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현지인 가이드를 구했다. 그녀의 이름은 마카라. 약간 더듬더듬하긴 하지만 왠만한 의사소통은 잘 되고 유적 설명은 계속 해왔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어휘는 아주 풍부했다. 그런데 영어로 한국어를 배웠는지 몰라도 설명을 하면서 "그녀는"을 연발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그녀가 원숭이에가 납치되자"같은... -_-; 에혀. 글로 표현하자니 문맥상 어색했던 그 상황을 설명하기가 힘드네. 하여간 한국말의 구어체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그녀는" "그는" 같은 말을 계속 사용해서 어색했다는!!!
앙코르 유적의 입장권은 1일권 3일권 7일권이 있다. 앙코르 유적은 우리 나라의 고궁처럼 입장해서 두어시간 둘러보고 끝나는 규모가 아니다. 굉장히 넓은 지역에 군데군데 수십개의 사원이 분포해있어서 전부 다 자세히 둘러보려면 7일권으로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대체로 유명한 사원들은 몇 개가 있어서 3일권 정도면 중요한 유적들을 다 둘러볼 수 있고 실제로 보니 첫 째날의 감탄은 어디로 갔는지 3일째 쯤 되면 유적들이 그냥 돌무더기로 보인다. 이걸 박물관 증후군이라고 하던가? 하여간 너무 오래 비슷한 유적이나 유물들을 보면 신기하지도 감탄스럽지도 않게 된다는...
앙코르 유적에서 유명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적은 바욘사원과 코끼리테라스 등이 있는 앙코르톰, 가장 유명한 앙코르와트 그리고 툼레이더에 나왔고 기괴한 나무뿌리가 유적을 삼킬듯이 감싸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따프롬 정도가 있다.
첫째날은 오전에 바욘사원, 피메아나까스, 코끼리테라스, 문둥이왕테라스 등 앙코르톰의 유적들을 둘러보고 오후에 프레아칸, 니악 뽀안 등을 보고 쁘레룹에서 일몰을 보는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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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엠립은 도시도 그렇고 호텔도 그렇고 호치민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호치민은 활기차긴 하지만 바쁘고 시끄럽고 정신없는 그런 도시인 반면에 시엠립은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휴양지의 분위기가 물씬했다. 호텔도 비슷한 가격에 훨씬 넓고 깨끗한 객실에 수영장까지 딸려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테라스에 나와보니 한 아저씨가 찰랑찰랑 소리를 내며 평화롭게 수영장 바닥을 닦고 있었다. 여유있에 가만히 앉아 아침공기를 마시고 있자니 비로소 휴가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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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라를 만나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유적지로 출발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앙코르톰의 남문. 앙코르톰의 앙코르는 '크다'라는 뜻이고 톰은 '도시'라는 뜻이다. 즉 앙코르톰은 큰 도시라는 말인데 우리로 치면 한양의 사대문 안쪽을 얘기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도시 외곽에 벽을 쌓고 문을 통해 드나드는 요새화된 도시였다. 앙코르톰을 드나드는 문은 다섯 개가 있는데 동서남북에 하나씩 있고 동쪽엔가 서쪽엔가 문이 하나 더있다. 기억이 안나네. 그 중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문은 남문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 남문에서 부터 코스를 시작한다. 남문 입구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유적은 양쪽에 줄줄이 서있는 조각들이다. 왼쪽이 신이고 오른쪽은 악마인데 이들은 모두 뱀의 몸통을 잡고 있다. 이건 힌두교의 신화의 하나인 우유바다 젓기를 묘사한 것이다. 이 뱀을 바수키라고 하는데 신과 악마들은 바수키 몸통을 양 쪽에서 잡고 만다라 산을 중심축으로 우유바다를 저어 거기서 장생불사의 약인 암리타를 얻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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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의 모습. 앙코르톰은 자야바르만 7세가 만들었는데 우리로 치면 캄보디아의 세종대왕격으로 캄보디아인들에게서 가장 사랑받은 왕이다. 시엠립을 떠나면서 기념으로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조각상이 그려있는 티셔크를 샀는데 참 마음에 든다. 애니웨이 자야바르만 7세는 다른 왕들과 달리 불교를 믿었는데 그래서 남문에는 사면에 관음보살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면상이 서있다. 이 문을 지날 때는 마치 디즈니랜드의 입구를 표끊고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꿈과 모험의 나라로~ 아니, 신화와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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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을 지나 처음 도착한 곳은 바욘사원이었다. 앙코르와트와 쌍벽을 이루는 앙코르 유적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 중의 하나가 바로 바욘사원이다. 바욘사원에 들어가서 만나는 회랑에는 수많은 부조들이 새겨져있다. 이들 부조는 대개 왕의 업적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거나 신화의 한 장면들인데 이 사진은 전쟁에 승리하고 개선하는 장면이라고 들은 것 같다. 코끼리 위에 타고 있는 사람이 왕이라고... 위의 사진에 나오는 병사는 귀가 작고 눈이 찢어졌는데 이런 사람들은 중국사람이라고 한다. 반면에 캄보디아인은 귀가 크게 그려져있는데 중국인과 연합해서 참족을 무찔렀나 그랬단다. 아, 4개월이 지나 쓰려니 기억이 안나네. 얼른 쓸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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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사원의 회랑을 구경하고 반쯤 올라가서 내려다 보니 여기저기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것이 보인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많은 사원들이 이렇게 무너진 채로 발견됐는데 이들을 조금씩 복원해가고 있다고 한다. 왠만한 퍼즐보다 시간 보내기에 좋을 것 같다. 운동도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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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사원은 바로 이 온화한 미소를 띈 사면상으로 유명하다. 이런 사면상이 사원에 수십개가 서있다. 오십 몇 개가 서있고 그래서 얼굴은 이백 몇 개라고 하던데 대단하다는 말밖에 뭐 할 말이 없다. 어이없음이야. 이 사진을 찍은 위치가 사면상 세 개를 한꺼번에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위치라고 마카라가 알려주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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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상들은 모두 생김새가 다르고 그 미소도 다른데 이름은 모르겠지만 이 사면상이 가장 온화하고 보기 좋은 미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봤자 너는 큰바위얼굴.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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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코끼리테라스이다. 이곳은 전쟁에 나가기 전에 군대를 사열시키기도 하고 백성들을 모아놓고 한말씀 하신 곳이기도 하고 연회를 즐기기도 했던 곳이란다.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듣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이다. 테라스 밑부분은 가루다 조각이고 앞면에는 코끼리가 받치고 있다. 그래서 코끼리테라스. 가루다는 독수리머리에 사람몸을 하고 있는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동물이다. 말레이시아의 가루다항공의 가루다가 이 가루다. 그럼 말레이시아의 최고 미인은 미수가루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면 저 멀리 기둥들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옛날에는 저 기둥들 사이를 줄로 연결해서 줄타기 같은 쇼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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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와서 쉬었다. 낮에는 더워서 나가지 않고 호텔에서 낮잠도 자고 좀 오래 쉬기로 했다. 유적에 별로 관심이 없던 동생은 수영장에서 잠시 물만난 고기마냥 신이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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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쁘레아칸 니악뽀안 같은 유적들을 죽 둘러보았다. 유적도 유적이지만 유적 둘레의 한적한 길은 숲이 울창해서 걷기에 참 좋았다. 아버지는 유적도 유적이지만 많이 걷게 되서 운동된다고 참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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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쁘레룹이었다. 쁘레룹은 벽돌로 쌓은 사원인데 일몰을 보기에 좋다고 더 잘 알려져있다. 그래서 대부분 이 곳을 마지막 코스로 잡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기울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벌써 꼭대기에서 자리를 잡고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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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을 기다리면서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혼자 여행을 왔는데 여행을 하다 만나서 서너명이 태국에서부터 같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루에 오천원 만원 하는 숙소라 에어컨은 안나오지만 화장실도 딸려있고 침대도 있고 좋다면서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는 이 친구들을 보고 기특하다고 하시더니 내 동생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셨다.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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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센트럴마켓에 들러 과일들을 샀다. 우리는 용과라고 부르는 드래곤프룻을 사고 망고스틴도 사고 거금을 들여 두리안도 샀다. 거기서 파는 과일들 중에 두리안은 비싼편이어서 장사하는 사람은 좋아했지만 아버지를 제외하곤 아무도 입맛에 맞지 않은데다 냄새가 아주 곤혹스러웠다. 망고스틴은 아주아주 맛있었다는. 한국에서도 팔면 사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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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누나 오랜만입니다. 웹에서는. 미수가루가 뭔지 몰라서 포스팅을 다시 읽어봤다는...